자동차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. 정비공이 엔진오일을 갈기 위해 자동
차 보닛을 열었다. 곁에서 보니 빈 구석이 많았다. 정비소 직원에게 물었다.
"이렿게 빈 구석이 많으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너무 위험한 것 아닌 가요?
너무 약해 보이는 데요?"
정비소 직원은 오히려 내게 물었다.
"그럼 이 빈 공간을 튼튼한 쇠로 가득 채우면 안전할 것 같습니까?"
나는 대답했다.
"그럼요. 무거워서 속도가 안 나기는 하겠지만 자동차 앞부분에 빈
공간이 없다면 훨씬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요?"
그러자 그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.
"그러면 아주 작은 사고에도 손님의 내장이 터지고 말 걸요? 사고
가 났을 때 중격을 완화시켜줄 완충작용이 일어날 공간이 있어야 하
거든요. 강하다고 안전한 차가 아닙니다. 사고가 나면 차는 찌그러져
야 합니다. 그래야 사람이 안전합니다."
항상 고무줄 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돌아가는 우리 삶의 완충지대
는 어디에 있을까? 도대체 충격을 완화할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
니 모두들 사소한 일에 신경이 곤두선다. 안에서 솟아나는 적개심을
어찌할 줄 몰라 논이 벌겋게 되는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은
아주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끊어진다.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하루
에 40여 명씩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.